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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멘토’ 애인 사귀듯 찾아라

[출처] 인터넷한겨레 서평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서평 <멘토, 네트워킹〉
캐슬린 바튼 지음/황해선 옮김/가치창조/1만1000원

휴렛팩커드 교육컨설턴트의 ‘독자 멘토링’
멘토 요청은 비굴하지 않게·관계는 쿨하게
‘천기누설’은 파국의 지름길 ‘신뢰’ 철저히


남편에게도 친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을 모색하는 내 인생의 멘토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멘토가 특정인이 아니라 보통사람에게도 열려 있는 건 고유명사가 보통명사로 변한 덕분인지도 모른다. 멘토란 단어는 그리스 신화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왕인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떠나면서 자신의 열두 살 된 외아들을 보살펴줄 후견인으로 오랜 친구인 ‘멘토’를 지명한 데서 유래했다.

휴렛 팩커드사의 멘토링 프로그램 관리자를 맡았던 ‘교육 컨설턴트’ 캐슬린 바튼은 풍부한 실전 사례를 통해 경력 개발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멘토링한다. 장황한 이론적 설명보다는 구체적 방법으로 직행한다. 특히 직장에서 노골적인 차별을 겪기 쉬운 여성과 소외그룹에 대한 멘토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멘토링은 경험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특별한 형태의 네트워킹이기도 하다. 네트워크 인맥을 소개해줄 만한 사람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섯 사람만 건너뛰면 지구상의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6단계 분리법칙’이란 이론도 있다. 더구나 지금은 몇 번만 클릭하면 ‘3촌’(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찾을 수 있는 인맥구축 사이트들이 생겨날 정도다.

멘토는 애인 못지않게 잘 골라야 한다. 잠재적 멘토의 자질로는 우선 전문분야의 능력이 꼽힌다. 존경할 만 하고 영향력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나를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주고 격려해주는지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함께 하는 시간이 편안하고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면 더 주저할 필요가 없다.

정작 멘토를 찍어놓고도 사람들은 도움 요청을 꺼린다. 혹시 거절당할까봐 두려워서 그런다. 또 접근방법을 잘 몰라 헤매기도 한다. 결사적으로 요청해도 곤란하지만 지나치게 비굴해서도 안 된다. 단도직입적으로 “제 멘토가 되어주시겠어요?”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부담을 느낀다. 애인에게 프로포즈하듯 자연스럽고 치밀해야 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속담이 있지만 목이 마르기 전에 우물을 팔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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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와 관계를 맺었다면 파트너십은 어떻게 구축할까? 관계의 핵심적 요소는 신뢰다. 천기누설은 파국의 지름길이다. 특히 상사나 동료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할 때는 ‘오프 더 레코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또 멘토의 애정어린 비판에 상처를 입고 감정적으로 저항해선 곤란하다. 애써서 조언했는데 다른 결론을 내리고 엉뚱한 행동을 한다면 멘토가 얼마나 허탈해하겠는가?

멘토링 관계에도 위기는 찾아온다. 먼저 외부변수로 직속 상사의 질투와 위협이다. 멘토가 같은 조직에서 근무하는 경우 그 관계를 눈치챈 상사는 의심하기 마련이다. 이럴 땐 정면 돌파해야 한다. 멘토링이 업무와 관련됐음을 명확히하고 상사에게 진행상황을 수시로 알려준다. 멘토와의 만남에 동참을 유도한다면 상사는 경계를 풀고 협조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위기는 내부에서도 싹튼다. 특히 남녀 사이의 멘토링은 연인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멘토가 오버하면 다른 의도가 없음을 단호하게 말한다. 그래도 선을 넘어온다면 멘토링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그러지 못했을 때 우리는 학력위조에서 시작해 권력형 비리로 발전한 어느 멘토링의 비극적 종말을 목격하게 된다.

멘토가 무언가를 줄 때 그것은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것도 빵에 넣은 효모처럼 크기가 커져 돌아온다. 처칠은 “우리는 ‘얻는’ 것으로 하루를 살지만 ‘주는’ 것으로는 일생을 살아간다”고 말했다. 세상은 원처럼 돌고 돈다. 멘티(멘토링의 대상)가 어느덧 멘토가 되어 멘토링을 베풀 때 세상은 훨씬 정겨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