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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 아시아의 빌게이츠 SYK글로벌 스티브김 사장

"아시아의 빌게이츠? 명의 직원일 뿐"

미국서 '벤처신화' 일군 김윤종 SYK 사장이 말하는 한국기업과 정치

[출처] 오마이뉴스 2007.12.18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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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신화', '아메리칸 드림', '아시아의 빌게이츠', '자선사업가'.

 

그의 이름 앞에 따라 붙는 말들이다. 김윤종 SYK글로벌 사장(미국 이름 스티브김, 57). 지난 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빌딩에서 그를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올해 초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그동안 언론에 좀처럼 자신을 내보이지 않았다.

 

 

김 사장은 "조용히 사는 것이 좋아서…"라며 다소 쑥스러운듯 말했다. 그리 크지 않은 사장실 창문 너머로 한강 일대와 잠실종합운동장 등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올 여름 이곳에 자리 잡은 그는 "사무실 얻는 것도 운이 따랐다"면서 "교통도 편리하고 일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90년대 중반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직접 기업을 일궈가며 벤처신화를 이뤘고, 세계적인 기업인으로 올랐던 그였다. 최근 삼성 사태를 두고 대기업, 특히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 미국에서 오랫동안 계시다가 한국에 돌아오셨는데, 1년 가까이 한국 기업이나 경영인들을 자주 보셨는지요.
"
시간 나는대로…. 만나고 그랬지요."

 

'어떻던가요'라고 물었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어 그의 입에선 "놀라웠다" "예전의 한국이 아니더라" 등의 말이 나왔다. 그의 말이다.

 

" 내가 여러 곳을 다녀봤어요. (고개를 흔들며) 그런데 아주, 정말 달라졌어요. 한국 기업들이나, 기술들이란 것이…. 예전에 한국은 일본 기술이나 받아서 생산하는 곳이란 인식이 많았는데, 이젠 아니에요. 정말 경쟁력이 너무 좋아졌고, 세계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들도 많아졌고…."

 

"한국 기업들 좋아졌는데, 투명성은 아직..."

 

그는 "그 짧은 시간에 한국 기업들의 발전 속도에 너무 놀랐다"면서 "세계적으로도 일본 빼고 우리나라처럼 빨리 변화하고, 발전한 나라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시 물었다.

 

- 기업들 경쟁력이 높아지긴 했는데, 일부 재벌총수 일가의 불법적인 행동 등으로 기업인에 대한 여론이 그리 좋지 않은데요.
"
기업을 하는 사람은 말이예요, 일 하다보면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어요. 정말 개인적인 욕심없이, 솔선수범하면서 일 하다보면, 아래로부터 리스펙트(respect, 존경심)가 자연스레 따라와요."

 

그는 미국에서 자신이 회사를 일궈온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 말속엔 최고경영자로서의 한국과 미국사이의 인식 차이를 느낄수 있었다. 회사의 투명성을 좌우하는 데는 독립적인 이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기업이 공개되고, 외부 주주들이 있는 한 기업 오너 역시 "한명의 고용된 직원일 뿐"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당연한 말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오너 기업들에겐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한국은) 미국과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회사를 만든 창업주도 (회사가) 커지면서 주식시장이든 외부에서 돈을 받게되면 보드(이사회)가 생기게 마련이죠. 독립적인 이사들로 꾸려지면, 회사가 투명해질수 밖에 없어요. 회사 CEO의 패밀리가 들어올 여지가 없어요."

 

목이 마른 듯, 탁자 위의 물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곤 다시 말을 이었다. 김 사장은 "요즘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시티뱅크 회장이 그대로 물러나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IMF 이후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도 생기고, 많이 좋아졌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인맥이나 학맥 중심의 인사나 경영 투명성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세계적 기업 경영의 비결은 "정직과 투명"


그의 경영관은 분명했다. 철저하게 바닥부터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기까지 20여년의 경험 때문이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69학번인 그는 76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업체 '자일랜'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84년 자신의 집 근처 차고를 빌려서 광역통신망(WAN) 장비업체인 '파이버먹스(Fivermux)'를 세웠다. 직원은 김 사장을 포함해 4명이었다. 1년반 연구 끝에 제품을 내놨다. 미 해군과 연방항공우주국(NASA)에 납품할 정도로 품질도 인정 받았다.

 

김 사장은 "처음에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면서 "상식에 따라 했고, 항상 배우는 자세로 일하는 수 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그의 도전은 계속됐다. 91년 파이버먹스를 매각한 후, 김 사장은 직원 6명과 함께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자일랜'을 세웠다. 93년이었다. 한 벤처캐피탈에선 김 사장의 연구와 제품개발을 믿고 선뜻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2년 연구끝에 95년 첫해 매출이 28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의 말이다.

"정말 전쟁의 연속이었어. 계속 연구하면서 영업도 하고…. 나스닥(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해놓고 매 분기마다 실적을 내기 위해 앞만 보고 뛰었지. 성취감을 느낄만하면, 다시 도전해야하고…. 언젠가 노무현 대통령이 '관두고 싶다, 힘들다'라고 했는데, 나도 정말 그랬어요."

 

그의 경영지론은 철저한 고객 중심이었다. 고객 의견을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다. 물론 기술력이 따라야 했다. 자일랜의 이같은 경영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96 4월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같은 초고속 성장을 두고, 미 타임지는 97년에 100대 고속성장 기업 가운데 자일랜을 1위로 꼽기도 했다. 이어 99 3월 유럽 최대 통신업체인 프랑스 알카텔사는 자일랜을 20억불에 사들이게 된다.

 

깨지지 않은 김윤종의 아메리칸 드림

 

한국인이 세운 벤처기업 매각 규모로는 가장 큰 것이었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자일랜의 성공비결은 기술력과 고객중심 경영, 그리고 미국의 풍부한 벤처캐피탈이었다.

 

하지만 김 사장의 가족친화적 경영방식에 후한 점수를 주는 사람들도 많다. 그는 직원들에게 점심, 저녁을 무료로 제공했고, 실적에 따라서 스톡옵션도 아낌없이 나눠줬다. 투명한 경영은 당연했다.

 

그의 말이다.

"기업 성장의 원동력은 직원이예요. 직원들이 볼때 자기가 회사의 부속품으로 여겨지게 되면 안됩니다. 돈만 준다고 되는게 아니고, 직원들에게 모든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죠."

 

김 사장은 회사를 경영하면서, 3개월에 한번씩 모든 실적을 전직원과 함께 공유했다. 현재 회사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앞으로 나가려면 투명해야 한다"면서 "회사나 사람이나 투명하지 않고, 정직하지 않으면 계속 감추려고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뒤처지게 되고 결국 드러났을땐 이미 늦어 버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들어와 선 주로 국내 유망 업체를 상대로 한 투자와 자문을 해오고 있다. 김 사장은 현재 국내 셋톱박스 업체인 가온미디어의 최대주주다. 이밖에 20여개의 유망 중견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정경유착 사라지고 투명해졌지만, 정치는 별로....

 

그는 "회사의 기술력 등 경쟁력을 보고, 시장상황과 경영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투자하고 있다"면서 "한국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금이 필요한 유망한 회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통령선거 등 정치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정치에 대해선 잘 모른다"는 말도 나왔다. '기업들 입장에선 과거보다 정경 유착 등이 거의 사라진 것 같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맞아요. 현 정부가 그것 하나는 제대로 한 것 같아. 규제도 아직 있지만 전보다 많이 없어졌어. 미국도 기업에 대해 규제가 있어요. 정치자금 등 이런 부분은 많이 깨끗해졌고, 사회 전반에 걸쳐서 인식도 좋아진 것 같아요. 그런데 여의도 국회의원들, 싸우는 것을 보면 그쪽은 아직 안 변한 것 같아.(웃음)"

 

세계적인 부자 대열에 들어섰지만, 김 사장은 자녀들에게 따로 재산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자녀들에겐 약간의 돈을 금융기관에 신탁 형식으로 맡겨 놓았다.

 

또 사회복지 사업 등 자선사업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 2000년엔 사회복지재단인 꿈희망미래재단(www.dreamhopefuture.org)를 만들어 한국과 중국의 청소년에게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4년부터는 북한의 나진과 선봉 지역엔 도로 정비 등 사회인프라를 만드는데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김 사장은 "같은 동포로서 북한을 보면 매우 안타깝고, 할일이 많다"면서 "비료공장을 짓거나, 버스 등 대중교통 시설 만드는데 지원했는데 그 곳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70년대 중반 막노동과 공부를 하면서 창업하고, 고객과 직원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세계적인 경영인으로까지 올라선 김윤종 사장.

 

"이제는 과거만큼의 열정이나 그런 것은 없지만, 나의 조그만 경험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항상 정직하고, 다른 사람에게 귀를 열고, 진심을 다해 일하면 결국은 (앞으로) 나가게 돼 있지요."

그의 마지막 당부다.

 

김윤종 사장은...

 

미국서 벤처신화를 이룩한 김윤종 SYK글로벌 사장은 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68년 경복고를 졸업하고,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76년 단신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79년 캘리포니아주립대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84년 집 근처 차고를 빌려 광역통신망 장비업체인 '파이버먹스'를 세웠고, 91년에 ADC사에 매각했다. 회사를 팔면서 초기 자본의 20배인 5400만달러를 벌었다. 93년에 '자일랜'을 만들었고, 95년 이후 초고속 성장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네트워크장비업체로 키웠다. 99 '자일랜' 20억달러에 유럽최대 통신회사인 프랑스 알카텔에 팔리면서 세계 정보통신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 한국으로 돌아와 투자자문회사인 SYK글로벌을 세워, 국내 유망 중견기업을 상대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아내 김화진씨와 자녀 셋을 두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