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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개인 신상정보 털기 'SOS'

[스크랩] 조선닷컴 2010.11.19 설성인 기자, 장우정 기자

SNS 통해 5분이면 주소.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알아내
무심코 휴가게획 올리면 집 털릴 수도 있다

취미·연애 등 사적인 정보, 나도 모르게 노출돼 확산
직장 욕했다고 해고당하고 스토킹 등 범죄에 악용도…



회사원 박모(29)씨는 '신상 털기'에 빠져 있다. 신상 털기란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의 신상정보를 낱낱이 파악하는 것. 그는 '개똥녀'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인물이 나타나면 신상 털기를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는 지난 16일 밤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를 하다가 주변에 있는 미모의 여성을 발견했다. 트위터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인 '트윗버드'가 박씨 주변에 있는 트위터 사용자를 검색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곧바로 그녀의 신상털기에 착수했다. 그녀의 트위터에 들어가 그녀의 프로필과 댓글을 보고, 그녀의 취미 등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확인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약 4분.

그는 이어 그녀의 트위터 ID를 활용해 간단히 그녀의 미니홈피를 찾았다. 한국인들이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면서도 보통은 한 개의 ID만 사용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는 그녀의 미니홈피에서 프로필과 방명록을 읽으며 그녀의 직업·종교·친구관계는 물론, 집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까지 알아냈다. 불과 10분 만에 그녀의 모든 것을 벗겨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SNS(social network service·인터넷 친구찾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SNS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3명 이상이 블로그·트위터·페이스북 등의 SNS를 이용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SNS를 친구나 동료들과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신상정보와 사적인 글들을 올린다. 하지만 이런 개인정보들은 사용자가 채 인식도 못 하는 사이,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고 인터넷 공간에서 무한정 확산된다.

그래픽=양인성 기자 in77@chosun.com
◆5분이면 개인정보 알아낸다

전 세계 5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대표적 SNS '페이스북'. 사이트 검색창에 '윤○○'라는 이름을 입력하고 검색된 인물을 선택해 들어가 봤다. 고향부터 거주지·학력·근무지·관심사 등의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나왔다. 페이스북에서 게시판 역할을 하는 '담벼락'에 접속해 보니 윤씨가 올린 사적인 글들도 여과 없이 노출됐다. 또 윤씨의 친구로 등록된 직장동료 '정○○'씨와 관련된 정보도 '친구(Friends)' 코너에 접속해 쉽게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윤씨의 친구와 가족관계, 개인적인 관심사 등을 5분이면 알아낼 수 있다.

실제로 회사원 김모(26)씨는 낯선 한 남성으로부터 '지금 전화해도 될까. 목소리 듣고 싶어'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이 남성은 그녀가 페이스북의 프로필에 무심코 남긴 휴대폰 번호를 보고 메시지를 보낸 것. 그녀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자 트위터로 스토킹을 했다"면서 "견디다 못해 페이스북·트워터·메신저 서비스를 모두 탈퇴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기자 in77@chosun.com
◆강력해진 포털과 스마트폰용 앱도 개인정보 유출

포털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달 '소셜웹' 서비스를 출시했다. 검색창에 특정인의 인터넷 ID를 입력하면 그가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 남긴 프로필은 물론이고, 활동내역까지 분석해 그의 관심 주제와 대화를 많이 나눈 사람까지 알려준다. 구글도 SNS에 사용자들이 올린 메시지를 검색해주는 '실시간 검색' 기능을 도입했고 야후도 유사한 기능을 가진 '소셜 펄스'를 선보였다.

스마트폰 붐을 타고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앱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정보와 신상정보를 거의 아무런 제한 없이 활용하는 실정이다. 무료 문자 서비스 앱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박모(26)씨는 최근 3년 전에 헤어졌던 남자친구가 사진과 함께 '친구'로 추천되는 바람에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남편이 옛 남자친구가 친구목록에 오른 것을 보고 "아직도 만나느냐"고 따졌다. 이는 카카오톡 앱이 사용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스마트폰에 저장해놓은 모든 가입자를 자동으로 친구로 추천하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SNS 개인정보 때문에 해고·이혼 등 사회 문제로 대두

미국에서는 한 간호사가 페이스북에 '새로 맡은 일이 재미없다'는 글을 올렸다가 해고당하고 SNS에서 올린 글 때문에 이혼을 당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SNS로 범죄대상을 파악하고 휴대폰 추적장치를 통해 스토킹을 하는 범죄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다.

국내도 이런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기업 인사담당자의 20%가 채용 때 지원자의 SNS를 통해 성향을 미리 파악하고 있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SNS에 휴가 일정을 올렸다가 집에 도둑이 들 수도 있고, 옛 애인을 스토킹하는 데 SNS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김광수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페이스북 등 SNS 기업이 개인정보를 과다하게 수집해 활용하고 있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