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맥’ 시대] “내 일촌 웬만한 郡 인구와 맞먹어요”
[출처] 위클리조선
“제 일촌은 1만5000명입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중에서 싸이월드 일촌이 가장 많은 사람이 누군지 알아봤더니, 파티플래너(파티의 전반적인 기획부터 연출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책임을 맡아 진행하는 사람)
활달한 성격을 가져 평소 오프라인 인맥이 두터운 정씨는 그 수가 늘어갈 때마다 인맥 관리에 한계를 느끼게 됐다. 그런데 1999년 8월 싸이월드(www. cyworld.com)가 생겼다. 이 사이트의 개인 미니홈피를 통해서는 자신의 인맥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락이 두절된 친구나 지인과 다시 연락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모두 다 소중한 인연인데, 한 명이라도 연락이 끊기는 것이 싫었어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싸이월드가 생겼죠. 그래서 오프라인으로만 하기 벅찬 인맥 관리를 온라인으로 지원 받아 하게 됐어요. 이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게 됐죠.”
정씨는 일촌 파티를 개최하거나 여행 관련 클럽을 운영하면서 자신이 구축한 디지털 인맥을 거미줄처럼 확대해 나갔다. 이 인맥 안에는 대선 후보나 대기업의 임원도 여럿 포함되어 있어서 가끔씩 그들을 초청하거나 그들로부터 자문을 구할 수 있었다. 또 오프라인 만남으로까지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
정씨가 이러한 경지에 오르기까지는 치밀한 계획과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노력이 있었다. 처음에는 오프라인 인맥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 중심을 두었고, 그 이후로는 처음부터 온라인 연락처를 물었다. 또한 그에게 글을 남긴 모든 사람에게는 아무리 늦어도 답장을 남겨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 많은 사람의 생일이나 가족사를 챙기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를 반복하다 보니 나중에는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예를 들면 축하 인사말을 세 가지로 나눠 저장하고 상황에 맞는 인사말을 복사해서 짧은 한마디를 덧붙이는 겁니다. 그렇다고 진심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1만5000명의 특징을 모두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들의 일에 진심으로 축하하고 진심으로 같이 슬퍼해주니까요.”
결국 이 모든 것은 그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이렇게 디지털 인맥의 최강자로 우뚝 선 이후에 정씨는 세상 모든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마저 가지게 되었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인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정씨는 디지털 인맥 관리를 위해 지금도 매일 두 시간 이상씩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한 번도 귀찮다거나 힘들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없어요. 사람들이 먼저 저에게 다가오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저는 오히려 너무 감사함을 느낍니다.”
정씨의 원래 직업은 인터넷 신문 기자였다. 문화담당 기자를 하면서 다양한 문화행사와 파티를 접하게 됐고, 파티의 매력에 빠진 정씨는 파티플래너로 전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