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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넷 포탈의 위기 : T.G.I.F. 대공습

T·G·I·F의 습격…국내 포털업계 안방 다 내줄판
HW는 물론 SW·서비스 외국종속 심해져
포털 `콘텐츠생태계` 구축 나섰지만 역부족
법도 도움안돼…위치정보사건에 속수무책

[출처] 매경  2011.5.8       ☞ 기사원문 보기


한국 스마트 혁명의 진원지인 트위터(T)ㆍ구글(G)ㆍ아이폰(I)ㆍ페이스북(F) 4인방에 한국 인터넷이 잠식당하고 있다.
머리글자만 따 TㆍGㆍIㆍF로 불리는 이들의 공세에 대해 국내 업체들이 안방 사수에 어려움을 겪으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인터넷과 관련한 전 영역이 외산에 종속될 것이란 염려도 커졌다.

특히 소프트웨어, 서비스 영역에서 해외 종속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국내 사용자는 이미 400만명에 육박했다. 지난해 11월 211만명에서 4개월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페이스북은 온갖 스팸이 난무하며 관리상 허점도 드러내고 있지만, 한국 토종 싸이월드를 비웃기라도 하듯 성장세다. 트위터 역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로 자리잡았다.

아이폰 역시 모바일 인터넷을 휩쓸고 있다. 현재 KT와 SKT를 통한 아이폰 가입자는 약 300만명이나 된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1000만명을 넘었으니 한국 스마트폰의 3대 중 1대가 아이폰이란 뜻이다. 애플 아이폰의 앱스토어에 눌려 국내 기업들의 앱스토어는 기를 못펴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은 극소수 윈도모바일 폰을 제외하면 모조리 구글의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했다. 삼성전자가 그나마 독자 OS인 `바다`를 통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인터넷 관련 기업들은 TㆍGㆍIㆍF 공세에 적극 대항하고 있다.
특히 한국 인터넷 대장인 포털들은 해외 서비스처럼 독자적인 `콘텐츠 생태계`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81개 개발사와 약 6500명의 개인개발자가 참여하고 있는 SK컴즈의 싸이월드 앱스토어, 네이버가 지난해 9월 소셜앱 활성화를 위해 오픈한 `소셜앱스`.
하지만 국내 인터넷 서비스, 특히 포털의 안방 사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시장조사기관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싸이월드 앱스토어는 순방문자가 1년 간 300만명 정도로 유지되고 트래픽도 지난해 가을 이후 정체 상태다.
네이버 소셜앱스에도 앱이 350만건 이상 설치됐지만 관련 매출은 20억원 남짓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의 종속은 국내 업체의 성장이 정체되는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인터넷과 관련한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나라 정부, 기업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최근 아이폰에 개인위치정보가 저장되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할 수 있는 건 관련 사안에 대해 질의를 보내고 기약 없이 답변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우리나라엔 위치정보사업자의 의무를 규정한 세계 유일의 위치정보보호법이 있었지만 무력했다.
한국인의 위치정보, 인터넷 서비스 사용 데이터도 모두 TㆍGㆍIㆍF가 있는 다른 나라로 넘어간다는 것도 문제다. 국내 범죄와 관련한 데이터에 관해 수사하기도 쉽지 않고 만에 하나 해킹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내에서 손쓸 방법도 없다.

무엇보다 한국 인터넷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국내 사용자의 데이터를 해외 업체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서비스가 발전하지 못해 해외 서비스 종속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TㆍGㆍIㆍF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개방`에 있었던 만큼 국내 포털도 작은 벤처기업들과의 상생과 개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존을 통해 벤처 생태계를 살리고 동시에 포털의 서비스도 다양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관료화된 거대 조직에서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각 포털들이 개방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도 자신의 서비스 안에서만 사용자들이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건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며 "자사의 데이터를 외부에서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가 자생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